정원을 품은 생태문화도시 “순천”
생태와 문화, 사람이 문화를 매개로 조화롭게 하는 것에 가장 큰 가치를 둡니다.
동천스토리텔링(4)
선향 순천이 투영된 환선정의 변천 사연
선향 순천의 정체성이 투영된 환선정은 사정(射亭)의 기능과 휴식처의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었다. 그러다 1912년~1913년 사이에 송광사와 선암사의 포교소가 되어 불상이 안치되면서 사찰로 변모하였고, 이후 사정 기능이 분리되고 또 수해로 건물이 유실되었다. 1988년 현 순천시 조곡동 죽도봉공원에 복원되었고, 2018년 사정 기능을 팔마체육공원내 신축건물로 이전하였다.
동천가 환선정은 취흥(醉興)의 장소이자 선유처(船遊處)였다. 주로 관료들의 뱃놀이는 유흥뿐만 아니라, 적벽선유(赤壁船遊)나 적선선유(謫仙船遊)를 재현해 보거나 정취를 모방하기도 하고 자아를 성찰하며 정신적 교감의 유흥을 맛보았다. 또한 유배인이나 부사는 환선정에서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
이러한 환선정 공간은 일제강점기인 1912년 지당에 백련(白蓮)이 피어 불지(佛地)로 인식되어, 송광사와 선암사가 차입하여 불상을 안치하고 포교당이 되었으며, 승속(僧俗)이 함께 백련결사(白蓮結社)를 결성하였다. 그리하여 1913년 이후 사찰로 변모한다.
매화교 멀리 있고 물은 안개 핀 듯하며 梅花橋逈水如烟
죽도봉 푸르고 달은 반원이 되려 하네 竹島峰靑月欲弦
한 번 떠난 신선은 소식마저도 끊겨 一去鸞笙消息斷
이름난 정자는 이로부터 절이 되었네 名亭自此屬金仙
이는 이병휘(李秉輝)의 시다. 그는 1909년 9월부터 1910년 4월까지 순천군수를 역임하였는데, 관직에서 물러난 이후 지은 것으로 보인다. 금선(金仙)은 금빛 나는 신선이라는 뜻으로, 부처를 가리킨다. 당(唐) 무종(武宗) 때 부처의 호를 대각금선(大覺金仙)이라 하였고, 송(宋) 휘종(徽宗) 때 석가를 금선(金仙)으로 고친 일이 있다.
이병휘의 이 시는 환선정이 사찰로 개변된 것을 언급한 최초의 누정 제영이다. 그는 동천에 안개 끼고 달이 떠 어쩌면 신선이 내려올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환선정에서, 그곳이 원래 신선을 부르던 공간이었음을 상기하였다. 하지만 그런 역사가 끊어져 버린 아쉬움 속에, 부처가 앉아 있는 사찰로 변해버린 환선정의 역사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높은 성 지척인데도 인적은 끊기고 嚴城咫尺絶人烟
양 겨드랑이 날듯하니 신선과 멀지 않네 兩腋飄然不遠仙
외로운 학은 감색 구름 붉은 귤나무 길을 날고 獨鶴紺雲紅橘路
뭇 매미는 찬 빗속에 푸른 연잎에서 우네 萬蟬凉雨綠荷天
구름 사이에서 술 마시며 피리소리 듣다 雲間挹酒迎孤笛
달빛 속에 시를 읊으며 작은 배를 띄우네 月裏吟詩放小船
봉래산 영주산 찾을 곳이 없다 말 마소 莫道蓬瀛無處覓
불가에서 오늘 참된 인연을 얻었네 禪家今日得眞緣
이는 일제강점기 지역 유림인 박병두(朴炳斗)의 시다. 학과 매미는 선학(仙鶴)과 태선(蛻蟬)처럼 신선과 관련한 시어이고, 홍귤(紅橘)과 녹하(綠荷)는 각각 순천과 환선정 지당을 대변한다. 이는 순천 환선정이 신선과 관련한 공감임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이다. 환선정이 읍성과 가까워 많은 사람들의 왕래가 있으리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인적이 드물다고 하는 그의 말을 통해, 쇠락해가는 당시 환선정의 모습도 짐작할 수 있다.
진인(眞人)은 도가(道家)의 경우 진리를 닦아 도를 터득한 사람[修眞得道]을 말하거나 신선을 가리키고, 불가(佛家)의 경우 진리를 깨달은 사람을 말한다. 환선정에서 우화(羽化)의 흥취를 즐기던 그는 이상세계를 찾을 수 없다는 사람들의 말을 부정한다. 그 이유는 불지(佛地)로 변한 환선정에서 자신처럼 진연(眞緣)을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미루어보면 진연을 얻은 불지(佛地)의 환선정은 해탈의 공간이자 구도의 공간이다.
이렇게 사찰이 되어 버린 동천가 환선정은 건물만 남아 있다가 1962년 8월 28일 수해로 유실되었다. 한편 환선정의 사정(射亭)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1935년
사두 서병규(徐丙奎)가 김종익(金鍾翊) 등 17인의 성금으로 현 조곡동 278-2번지(현 흥륜사 자리)를 매입하여 궁도장을 신축하였다. 1984년 민원에 따라, 1988년 4월 현 순천시 조곡동 278-25번지[죽도봉공원]에 유실된 동천 가 정자와 사정 기능을 통합하여 환선정을 복원하였다. 1989년 사대(射臺)・과녁장・영선각과 부속건물 1동을 완공하였다. 2015년 1월 민원에 따라, 2018년 1월 연향동 667-2번지 일원에 공사비 49억원으로 대지 17,933㎡과 한옥건물 485.99㎡을 조성하여 이전하였다.
이상의 내용은 김현진(金炫鎭), 「순천지역 누정 제영시 연구」(2018), 경상대학교 박사학위논문을 참조하였다.